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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형 시간제 일자리 고용불안 부채질”

입력 : 2013-11-20 20:16:59 수정 : 2013-11-20 23: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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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비판 목소리 높아 지난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처음 도입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는 별정직 5급의 작업치료사 2명이 하루 4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20대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당장 취업할 곳이 없어 공단에 들어오긴 했지만 수입이 적어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 보이지 않는 차별·냉대와 함께 높은 근무 강도에 힘겨워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추진 중인 가운데 취업 당시부터 시간제로 채용되는 ‘채용형’ 위주의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법·제도 정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전환형보다 채용형 일자리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채용형 시간제 일자리에 경력단절 여성이나 중장년층이 대거 취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이나 생계 부양을 목적으로 한 취업자가 많고, 이들이 향후 시간제 일자리를 지속할 가능성도 작다는 분석이다.

20일 노동계와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생계 ‘보조’가 아니라 ‘부양’을 목표로 채용형 시간제에 취업하는 이들은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근로조건, 불평등한 인사관리에 대한 불만, 불투명한 전일제 전환 가능성 등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유관기관 노조의 한 간부는 “채용형 시간제 취업자들은 결국 안정된 직장으로 재취업 하거나 노동조합 등으로 집단화해 전일제 전환 요구를 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2017년까지 공무원 4000여명과 중앙 공공기관 직원 9000명, 국공립학교 교사 3500명 등 공공 부문에서 총 1만6500여명 분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오는 26일 열리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를 통해 10개 그룹 82개 기업이 1만명의 시간선택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용형 시간제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도 부정적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고용부 유관기관 소속 근로자 3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채용형 일자리 도입이 ‘기관 필요성보다 정부 방침 때문에 추진된다’는 응답이 65.5%에 달했다. ‘전일제 근로자와 업무협조가 잘 이뤄질 것이다’, ‘의사소통하고 친교를 맺는데 전일제와 차이가 없을 것이다’에는 각각 17.6%와 17.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착되려면 채용형보다 전환형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송춘섭 한국장애인공단지부 노조위원장은 “어쩔 수 없이 (취업 때문에)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존 직원 중 임신·육아, 가족 간병, 점진적 퇴직, 학업연장, 직무훈련, 본인질병 등의 사유로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선택제를 해야 그나마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시간제 일자리의 쟁점과 입법·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전일제 근로를 시간제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전환형이 자리잡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승강기안전기술원은 정규직을 상대로 전환형 시간제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인사상 불이익이 생길 것 같다’, ‘다시 전일제로 돌아올 수 있을지 불안하다’, ‘실제 정시에 퇴근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밀고 나가면 문제 발생 시 고스란히 정부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취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노동계와 상의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가는 등 단계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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